‘순두부’ 하면 하얗고 뽀얀 색으로 몽글몽글하게 뭉쳐있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오늘 소개하는 ‘이것’도 뽀얀 자태로 순두부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단번에 두부라고 부르는데. 순두부 만큼이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라는 이것! 이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을지로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좁은 골목에 들어서면 오래된 가게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복어집’. 을지로에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 노포이며, 인근 주민들 지갑을 털어가 지갑에 피가 철철 난다는 ‘철철복집’이 바로 그 곳이다. 예약하지 않으면 웨이팅은 필수라는 곳. 40년 넘게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한잔을 하러 오는 곳이며,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오래 받고 있는 곳이기에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한 입 먹으면 계속 추가 주문 하게 된다는 마성의 ‘철철복집’
[식신 TIP]
✔위치: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9
✔영업시간: 매일 11:30 – 22:00 브레이크타임 14:30 – 16:30 일요일 휴무
✔메뉴: 복소금구이 39,000원, 복고니구이 39,000원
정갈하고 깔끔한 반찬 구성과 대표 메뉴인 ‘복지리’, ‘복매운탕’ 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이 바로 ‘복고니구이’! 순두부처럼 하얗고 뽀얀 비주얼을 뽐내고 있지만 알고 보면 복어의 ‘내장’이다. 복고니구이는 이름처럼 복어 난소인 ‘곤이’라는 말이 있지만 알고 보면 이 부위는 수컷 물고기의 정소인 ‘이리’라고 하는데, 보통 이리는 구불구불한 모양새로 알고 있어 모양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철철복집의 ‘복고니구이’ 는 곤이처럼 곧은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곤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모양이 뭐가 중요한가. 맛이 좋으면 되지.
은박지에 싸서 숯불위에 올려 구워낸 후에 먹으면 되는데 입에 넣자마자 순식간에 녹아 내림을 느낄 수 있다. 크리미하고 꾸덕한 식감이 일품이며, 마치 ‘크림치즈’를 먹는 듯 하다는 평이 많다. 그냥 먹게 되면 약간의 비릿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소금을 살짝 찍으면 그 맛을 잡아내고 간이 맞고 부드러운 복고니구이 맛을 즐길 수 있다.
복어는 청산가리보다 무려 1000배 이상의 독성을 가지고 있지만 “죽음과도 바꿀만한 맛”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 이곳의 ‘복껍질무침’은 미나리와 함께 무쳐내는데 입맛을 돋우기 딱 좋다. 또, ‘복소금구이’와 ‘복불고기’는 숯불 위에서 석쇠를 올리고 노릇하게 굽는 것이 특징이며 간장 소스와 같이 곁들이면 짭짤하면서도 복고기 특유의 폭신하고 쫄깃한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철철복집’은 오랜 기간 명성을 이어 온 곳답게 메뉴 하나하나 맛이 좋지만, 전 메뉴를 다 맛보다가는 순식간에 통장이 ‘텅텅’ 비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놓칠 수 없는 ‘맛’ 덕분에 꾸준히 사랑받는 곳. 복어의 또다른 신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을지로로 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