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다리돼지불백-맛집

나에게 돼지갈비는 추억의 음식이다. 넉넉하지 못 했던 어린 시절, 일 년에 두어 번 외식을 할 때마다 갔던 곳이 집 근처의 돼지 갈비집 이었다. 뜨거운 불판에 잘 양념된 돼지갈비를 올리면,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냄새를 뿜어댔다. 그러면 나는 망부석이 되어 고기가 빨리 익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다. 마치 영겁 같은 시간이 지나고, 잘 익은 고기를 아버지께서 먹기 좋게 잘라 상추에 싸서 주셨다. 그러면 그 작은 볼이 터져나가도록 쌈을 욱여넣었더랬다.

돼지갈비의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아주 좋았다. 평소에는 쌀밥을 잘 먹지 않다가도, 갈비집에서만큼은 한 공기를 다 비웠다. 그래서 항상 아버지께서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시면 ‘오늘은 외식하자’라고 말씀하시지 않을까 눈치를 살살 살피곤 했다.

기사식당 로드를 만들면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바로 이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다.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고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시간이 생명인 택시기사가 점심 메뉴로 돼지갈비를 선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다. 그 숯불 돼지갈비를 ‘대신 구워’ 백반 반찬으로 내놓아 대박을 친 식당이 있다. 성북동의 기사식당이다.

햇살이 따사로운 주말 오후 한성대 입구로 향했다. 데이트 코스로 성북동을 택한 연인들, 주민으로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보인다. ‘성북동 비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편안해 보이는 얼굴들, 편안해 보이는 따뜻한 풍경. 서울이지만 서울 같지 않은 이곳 성북동은 ‘봄은 닮은 동네’다.

지하철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봉고차를 닮은 작은 초록색 마을버스를 타고 몇 분을 올랐을까. ‘쌍다리’라는 지명에 부리나케 내린 자리에 우리가 오늘 찾을 기사식당이 있었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점심시간을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편하게 앉아서 식사를 하는 모습

이곳의 원래 상호는 쌍다리 기사식당이다. 가게를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워낙 외진 위치다 보니 택시나 버스 기사가 아니고서는 찾기 힘든 자리였다. 그래서 9평짜리 4테이블의 작은 기사식당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숨겨진 진짜 계기가 있었다.

“원래 처음에 이 가게를 오픈한 것은 30살 초반의 한 남자였어요. 화덕에서 구워내는 고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택시 기사분들에게 인기가 좋았지요. 그런데 이 주인이 도박에 빠지면서 가게 한쪽 구석에서 노름을 하기 시작했어요. 가게는 완전히 뒷전이 되어 장사는 점점 어려워졌고, 나중에 우리 어머니께도 돈을 빌렸고요. 그러다가 갚을 수가 없게 되자 결국 우리 어머니에게 이 가게를 내준 거예요. 우리 어머니는 장사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초보셨지만, 어쩌겠어요 이거라도 받아야지, 하고 받으셨지.”

가게를 인수한 후 먹고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재건했다. 매일같이 고기를 재우고, 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숯불 앞에서 쉴 새 없이 고기를 구워냈다. 음식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의 손맛 덕에 가게는 매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입소문을 타고 택시기사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있었다. 쌍다리 돼지불백은 인근의 성북동 돼지갈비 집과 더불어 ‘성북동식 돼지갈비’를 만든 기사 식당의 성지가 되었다.

처음에는 돼지불백 단일 메뉴였지만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 점차 부대찌개나 낙지덮밥 등 다른 메뉴를 추가하였다.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돼지불백을 연탄 불에 굽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숙성해둔 고기가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가까이서보니 엄청난 연기가 발생한다.

간장을 기본으로 한 양념이 속까지 잘 배어든 고기를 화덕 위에 올리면 기름이 숯불에 떨어져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온다. 그 연기가 돼지고기 속으로 스며들어 특유의 화독내(불 맛이라고 일컫는)를 가득 머금는다. 막 구워내 촉촉한 고기가 상에 올라오면 그 모양과 향기에 자동으로 군침이 나온다.

또 고기도 고기지만 밑반찬과 고기의 조합이 좋은데, 고기의 맛을 더욱 올려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마늘과 부추. 부추는 양념을 최대한 적게 해서 가볍게 무쳐냈고 마늘은 씨알이 작고 아린 맛이 강한 편이다. 마늘과 부추, 고기를 한 입에 먹어보니 고기의 숯불 향과 마늘의 매운 향이 입 안에서 팽팽하게 맞선다. 쌀밥을 한 숟가락 씹으면 강한 맛이 약간 중화되는 듯하다가, 마늘의 맛이 얼얼하게 남는다. 그때 조갯국을 국그릇 째로 들고 후루룩 마시면 아린 맛이 싹 사라진다. 마법 같은 맛의 조합이다. 다시금 젓가락을 들 수밖에 없다.

<쌍다리 돼지불백 tip>
– 고기는 지방으로 맛을 내기 위해 전지와 목삼겹을 섞어서 쓴다.
– 양념은 간장과 물, 마늘, 생강, 후추, 설탕, 참기름을 넣고 숙성. (비율은 비공개)
*일반적으로 단맛을 내고 고기 육질을 연하게 하기 위해 양파를 갈아넣지만 이곳에서는 양파와 파는 넣지 않는다고.
– 숯불이나 연탄 불에 구워내야 제맛이 난다.

<쌍다리 돼지불백 마늘 반찬 레시피>
– 일반적인 마늘보다 알이 작은 ‘알마늘’을 구매해 깨끗하게 세척한다.
(큰 마늘은 한 입에 먹기가 힘들고, 편을 썰면 마늘 진이 나와서 금방 무른다)
– 순창고추장을 사용하여 사진 속의 질감이 되도록 잘 버무린다.
– 냉장고에서 24시간 동안 숙성 시킨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한 상 차림

쌍다리돼지불백-맛집

보기만 해도 불맛이 느껴지는 고기느님의 자태

쌍다리돼지불백-맛집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부추와 마늘을 올려서~!

쌍다리돼지불백-맛집

부추에 크게 한입

쌍다리돼지불백-맛집

밥도둑 대령이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맛의 키포인트였던 고추장 마늘반찬. 집에서 꼭 만들어야겠다

쌍다리돼지불백-맛집

고기와 마늘의 강한 향을 싹 씻어주는 조개탕

쌍다리돼지불백-맛집

반찬은 셀프바에서 자유롭게 리필 가능.

쌍다리 돼지불백은 긴 역사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그리고 그중 단연 기억에 남는 것은 ‘2:8가르마 사내’였다고.

“개그맨 허경환을 닮은 2:8 가르마의 남자가 종종 찾아와서 몇 인분씩 포장해가곤 했어요. 검은 양복을 빼입고 찾아오는 터라 기억에 남았죠. 하루는 ‘가게를 통째로 빌릴 수 있느냐’라는 전화가 와서, 손님들이 있으니 안된다고 딱 잘라 거절했는데, 얼마 뒤 그 남자와 함께 여러 명의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말 놀랐는데 그 뒤로 전 대통령께서 들어오시더라고요. 그리고 식당의 다른 손님들과 함께 돼지불백을 맛있게 드시고 가셨죠. 정치색을 떠나 우리 가게에 이렇게 유명한 분이 방문했다는 것만으로 자부심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장님은 자기의 식당에 유명인이나 연예인, 주변 대사관의 외국인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항상 놀랍고 고맙다고 전했다. 지금은 가족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조금씩 분점도 내고 있다고 하니, 이제는 유명한 쌍다리 돼지불백의 맛을 가까운 곳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다가오는 봄, 꽃이 만개해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오르면 다시 한 번 방문할 생각이다. 추억을 맛보기 위해서.

[식신 TIP]
▲ 주소: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4
▲ 영업시간: 매일 09:00 – 21:00, 월요일 휴무
▲ 메뉴: 돼지불백 10,000원(특 15,000원), 돼지불백비빔 10,000원, 낙지볶음 10,000원, 부대찌개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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